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없는 생활’에 관해 알리는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에서 딩크족으로 사는 것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같다”라는 한 여성의 짧은 글을 읽은 것이 결정적 계기였어요. 그리고 그 후로도 그런 이야기가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혼했지만 아이 없이 사는 사람이 겪는 불안, 외로움, 죄책감 같은 감정들은 제게도 퍽 익숙한 것이었거든요.

나 같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은 제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냥, 제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에 관한 답을 찾고 싶어서였어요. 여기서 답이란 ‘낳는 게 좋다/안 낳는 게 좋다’ 같은 것이 아니라,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러기로 했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두렵고 힘들까’라는 질문을 둘러싼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열일곱 명의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관해 들었고, 그 과정에서 제가 가졌던 막연한 불안과 외로움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내가 부부와 그들이 낳은 아이로 구성된 ‘정상 가족’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조금 다른 가족 형태를 원하는 사람들에 속하며, 우리는 서로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책을 내고 나서, 저는 한동안 이 이야기를 더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여기저기 떠 있는 ‘섬’과 마주칠 때마다 이들과 조금 더 이어질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메일링 서비스를 떠올렸고, 지난해 12월에 결심했죠. ‘새해부터 시작해야지.’ 새해가 밝았습니다. 제가 간과했던 것은 제 인생이 언제나 ‘느림과 미룸’을 기조로 흘러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학생은 아니지만)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 해야지.’ 정신을 차려보니 4월도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저는 배수의 진을 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출간 2주년에 맞춰서 보내야지!’

그래서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사실 제가 상상했던 구독자 수는, 딱히 근거는 없지만 서른두 명 정도였습니다. 제 기대보다 훨씬 많은 분이 구독을 신청하신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기쁘면서도 덜컥 겁이 났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무엇을 기대하실지 모르고, 별 것 없는 제 이야기에 실망하실지 두려운 한편, 그 기대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중입니다. 저는 읽고 나면 금세 잊어버릴 만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지 않으신 분도 많을 테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당연히 모든 무자녀 여성과 무자녀 부부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아무 이야기나 쓰려고 합니다. 지금의 목표는 계속, 가능한 한 오래 쓰는 것입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아이 없이 40대 초반을 지나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 가끔 망망대해를 향해 쏘아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해 주세요.

오늘 편지에 첨부한 사진 속 꽃은 ‘산수국’입니다. ‘없는 생활’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친구가 보내주며 말했어요.

“산수국의 바깥쪽에 있는 크고 화려한 꽃은 생식하지 않고(주: ‘무성화’라고 한다는군요.) 안쪽의 작은 꽃만 생식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저 바깥의

꽃이 꽃 아닌 건 아니거든요. 식물에도 생식하지 않는 꽃이 함께 있는데,

인간도 꼭 모두가 생식할 이유는 없는 거죠.”

“저 꽃이 꽃 아닌 건 아니거든요.”

이 한 마디를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