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입니다. 저는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 기획에 관심이 많아요. 글쓰기를 좋아해서 독립 출판물을 꾸준히 만들고 있고요. 지금은 뉴스레터 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다양한 취미를 아는 지인들은 그것에 관해 얘기할 때마다 “네가 아이가 없는 대신 취미로 행복을 보상받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저는 대학교 때부터 뭔가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고, 글쓰기를 꾸준히 했을 뿐인데요.

아이가 없는 상태로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취미=아이가 없는 대신 보상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시선을 받으니, 가끔 화가 나기도 하지만 저 스스로도 ‘정말 나는 아이가 없어서 이러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돼요. 기혼 여성은 타인에 의해 취미활동마저 아이와 연관 지어 생각되는 상황이 참 요상~합니다만, 저랑 비슷한 시선을 받은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돼 글을 보내보아요.

- ok1]

ok1 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금쯤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셨을지, 어떤 주제를 담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네가 아이가 없는 대신 취미로 행복을 보상받는 거야”라는 말을 찬찬히 곱씹어 보았습니다. 사실 저 문장은 ok1 님에게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ok1 님의 행복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기에 ‘나쁜 의도’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말을 여러 번 듣다 보면 미묘한 감정이 들 수밖에요. 지금 내 삶의 형태와 여기 있는 행복에 관해 단순히 ‘아이가 없으니까’라는 식으로 요약할 때, 내가 그것을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해온 고민과 노력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하자니 어차피 이해받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다 보면 찜찜하고, 혼자 그 마음을 되새기다 보면 스스로 ‘진짜 내가 아이가 없어서 이러는 건가?(나에게 뭔가 문제나 결핍이 있나?)’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죠.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우선 그 생각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에게 아이가 없어서 이렇게(여러 가지 의미로) 살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인정합니다. 책임지고 돌볼 대상이 없는 경우, 다른 건 몰라도 시간만큼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요. 물론 아이 ‘대신’ 무엇으로 채우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이 없는 삶을 여유보다는 공백이라 여기는 것 같지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

다만 저는 그런 얘기에서 선후가 좀 뒤바뀐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없는 여성이 다양한 활동을 할 때, 그것은 아이 없음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런(역시 여러 가지 의미로)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 일·생활 균형)이라는 말이 기혼 여성에게 쓰일 때는 대개 직장과 육아 병행을 의미하지만,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아이가 없어도 일과 삶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ok1 님이나 저 같은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균형을 찾다가 이 삶으로 오게 된 것이겠지요. 어차피 명확한 인과와 완벽한 균형으로만 이루어진 삶은 존재할 수 없는데, 저는 그냥 여백이 많은 쪽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2024년의 마지막 편지인데, 실은 이번 주에도 제 삶의 균형 잡기에 실패한 나머지 이 시간까지 편지를 쓰고 있네요. 12월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무슨 정신으로 지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올해도 제 ‘우엉의 친구들’이 되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몇몇 곳에 후원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각 항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단체나 활동과 관련된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단법인 서울퀴어문화축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대전여성영화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태일의료센터건립기금

이주와인권연구소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뮤직비디오 제작 후원 텀블벅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희망의노래 꽃다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수상한 시절이지만 연말 무탈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히 계세요.

* 추신. 한 달 전, ‘아버지의 구독 목록’으로 돌아오며 오랜만에 편지 쓰려니 무척 긴장되었는데 반겨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우선, 부모님이 호남 분들이셔서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낚시 채널 궁금해하신 뱍뱍 님, 유튜브 ‘초짜낚시TV’입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면 좋겠어요. 아파트 김장에 대해 참견해주신 다람쥐 님, 홈쇼핑 쇼호스트를 방불케 하는 매혹적인 김장 매트 추천 글 감사합니다. 내년 김장 때도 제가 차출될 게 뻔하니 그땐 다라이 난장판에서 벗어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가족 행사의 불편함과 즐거움에 대해 들려주신 K장녀 님,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강성 자식으로서 연말연시 이런저런 가족 행사를 잘 견뎌내시길!